오늘 오전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내버스가 다니는 왕복 2차선 도로에 놓인 횡단보도를 건너 바로 나타나는 동네 슈퍼 앞에 물통과 바가지를 든 아저씨가 박스와 신문지, 박스를 펼쳐 놓은 종이들이 흩어져 있는 보도와 도로가 구분되지 않는 곳으로 몇 걸음 걸어가고 있었다. 종종 그곳에서 재활용품을 치우는 모습을 봤던 아저씨로, 60대 중반에서 70대 초반, 동네 슈퍼에서 일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주로 이곳에서 보였던 사람이었다.
처음엔 파지 수집을 하는데, 먼지 날까 봐 물을 뿌리려나 보다 생각하며 무심히 바라보면 걸어가는데, 박스 안에 신문지 몇 장을 넣고 그 위에 물을 살짝 부린 뒤 그 위에 풀어진 박스를 넓게 펼쳐 올렸다.
예상치 못한 모습에 지나쳐 가던 길을 멈춰 뒤돌아보니 익숙해 보이는 솜씨로 몇 개의 박스와 펼쳐져 공간을 살짝 띄운 신문지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참 똑똑하다. 이게 바로 ‘영악하다’란 표현의 그 모습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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