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일정이 많아 엄두를 못내고 있다 피곤해 게으름 부리고도 싶었지만, 다음날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떨치고 일어나 새벽길을 나섰다. 요즘은 새벽길이라기도 하기 어려운게 다섯시 오십분쯤만 되면 해가 떠오르기 때문에 해 뜨기 전에도 이미 밝다.
준비해서 나오는게 쉽지 않지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어렵지 않다.
걷기 시작한지 얼마지나지 않아 풍경사진을 찍는데, 맑은 하늘 건물 사이로 붉은 해가 살짝 얼굴을 내밀고 있다. 금방 해뜨는 시간인 줄 알았지만 방심하고 있는 사이 만난 오랜만의 해는 반갑다.
지날 때마다 항상 사진 찍는 포인트
한참 피던 꽃들은 많이지고 싱그러운 초록 잎이 그 자리를 대체해 온통 초록 풍경이었다. 언제나처럼 걷던 길을 무심히 지나다 햇빛과 햇빛에 비쳐 투명하게 빛나는 초록잎을 보고 가던 길을 돌아와 사진을 찍었다. ^^
전망바위에서 찍은 사진.
구봉산 봉수대에서 아래로 내려오면 딱 전망 좋은 바위가 있다. 봉수대에 갔다 일부러 내려와 사진을 찍기도 하지만 오늘은 새 코스로 전망바위쪽으로 잡았다. 전에도 여러번 이 코스로 가고 싶기도 했는데 길을 잘 찾지 못했는데, 이젠 완전히 알게 됐다.
땀도 식히고 SNS에 찍은 사진들도 올리며 한참 주변 풍경을 보고 있었다. 멀리 아래의 자그마한 집들이 보이고 그 옆엔 새로 짓고 있는 큼지막한 고층 아파트가 보이고.
꼬물꼬물 느리게 지나는 자동차 안에도 사람들이 있겠지.
봉수대로 올라가는 길에 아직 남아 있는 진달래. 아직 진달래가 많이 펴 있을 줄 알았는데, 벚꽃도 지기 시작하는 지금 진달래는 이미 잊혀진 봄꽃 이었더구만.
멀리 보이는 충혼탑과 민주공원을 줌으로 댕겨 깔끔하게 찍어 봤다. 둘이 다르지 않는데 꽤 다르게 느껴지고 있다.
꽃마을로 넘어가는 길에 약수터 아래 연못에 까맣게 올챙이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 많은 올챙이가 깊은 산속에서 꼬물꼬물 살아가고 있다.
평소보다 늦은 시간 도착한 음식점엔 두 테이블에 벅쩍벅쩍 거리고 있었는데, 한 테이블은 6명, 다른 쪽은 4명. 음식 먹으려면 꽤 걸리겠구나 싶었는데, 두번째 테이블과 같이 음식이 나와 주메뉴인 어탕수제비가 나오기도 전에 먹은 찹쌀 동동주가 아쉬웠다. 오늘 따라 술술 넘어가 정작 음식이 나왔을 땐 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항상 반되를 시켜 먹었는데, 좀 더 시켜볼까 싶었지만, 다시 넘어가야 하니 참았다. 결과적으로 잘한 일이다.
성북고개로 넘어오는 길에 큰 가시 나무에 꽃이 예쁘다. 이곳엔 아직도 가시나무로 울타리를 만들어 놓았는데, 예전 외가집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