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9

연화도 트레킹

연화도는 통영에서 배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적당한 크기의 섬이다. 몇 년 전에 방문했던 비진도가 가는 길에 보이고 욕지도와 더불어 1층엔 차량을 운반하는 공간이 있는 큰 여객선을 타고 들어 가는 꽤 큰 섬이다.

통영에서 9시 30분 출발하는 배를 타고 들어가 연화도에서 오후 3시 40분에 나오는 배를 타고 나왔다.


서둘러 출발해 여객 터미널에 도착한게 배가 떠나기 전 1시간 전이었다. 근처 음식점에서 해물탕 3인분을 시켜 4명이 나눠 먹고, 점심으로 먹을 충무김밥도 4인분 주문해 배낭에 넣고 출발했다.


아직은 이른 가을이라 그런지 탑승객은 많지 않았지만, 대부분 등산객 차림을 하고 있다.


여객터미널에 출발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갈매기가 배를 따라 왔고, 새우깡을 쥔 아이와 어른들이 공중에 던지면 갈매기가 날아와 공중에서 받아 먹는 묘기를 보였다.

너도 나도 과자를 던지다 보니 갈매기가 미처 먹지 못하는 과자도 나오고 좀 지나니 유심히 지켜보던 사람들이 심드렁해진 분위기가 되었다.

약간은 지루하게 1시간 걸려 도착한 선착장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오르막 산길을 걷는다. 앞에도 뒤에도 걷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외로운 길이었는데, 걷다보니 이유를 알만했다. 특별체력단련에 어울리는 길이었다. 그나마 동네 뒷산에서 단련되어 어렵지 않게, 땀만 흘리며 걸었다.

같은 배를 타고 내린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가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는데, 그 길은 콘크리트로 포장된 넓은 길이었다. 또 승합차도 다니고 ...


11시쯤 연화도 정상 큰 불상과 정자가 있는 곳에 도착해 보니 보이지 않던 등산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른 점심인지 간식인지 먹고 있는 중이었다. 다들 우리와 같은 배를 타고 온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걸어온 길이 경사가 높은 힘든 길이었나 보다 했다.

선착장과 반대 방향을 용꼬리라고 부른다는데, 연화산 정상에서 멀리 용꼬리가 보였다. 트레킹의 목적지 중 하나가 저 용꼬리 중간쯤이란걸 나중에 알았다.

정자 옆에 용꼬리가 한 눈에 다 보이는 딱 사진 찍을 명당자리가 있어 다들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좀 기다려 나도 한 장 찍었는데, 거의 낭떠러지 근처 돌출된 바위 위라 다리가 후들거렸다.

인증샷 찍자고 하다 사고 나는 사람들이 얼핏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



용꼬리 가는 길에 있는 70미터 출렁다리는 출렁거림보다 다리 아래 뾰족뾰족한 바위들이 더 위협적으로 보였다. 출렁임은 트램폴린을 타는 느낌으로 재밌다.



출렁다리를 지나 전망에 가서 걸어왔던 연화산 정상쪽을 바라보니 상당히 먼거리를 걸어온듯했고, 깍아지른 절벽 아래 바다낚시 하는 사람들을 보니 '참 어렵게 취미생활 하네'란 생각도 들었다. 나도 남들에게 듣는 이야기 중 하나일 것 같다.



용꼬리쪽 전망대는 햇빛에 노출되어 있어 앉아 점심을 먹을 만한 곳이 없어, 다시 돌아오는 길가 숲속에서 준비한 충무김밥을 먹었다.
1인분 5천원하던 충무김밥은 양도 많고 맛도 있었다.

선착장쪽으로 돌아오는 길, 선착장이 2~3분 정도 남았다는 푯말과 함께 있는 길가 상점에 이제는 시즌 지나 먹지 못했던 팥빙수가 메뉴에 적힌 가게가 있어 지친 일행과 함께 들렀는데, 팥빙수 나오기 전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먹지 않았다면 더 맛있었을 것 같다. ^^


다시 연화도 선착장으로 돌아와 바로 옆 우도로 넘어 가기 위해 먼저 연화도와 무인도인 반
하도를 연결하는 해상도보교를 건넌다.


반하도와 우도를 연결하는 다리를 건넌다.

다리 아래 바닷물이 어찌나 맑은지 평소 같으면 수영하러 왔을 섬에 이번엔 짐을 줄이기 위해 트레킹만 하자해서 수영 준비를 하지 않고 왔다.


그런데 일행 중 한 명은 천상 수영인임을 잊지 않고 수영복과 수경을 챙겨 왔지만, 결국 바다에 들어가진 못했다.

돌아오는 배 안 널찍한 선실에서 누우니 잠이 절로 올만큼 피곤한 산행이었다.

자주 다니던 뒷산과 다른 새 풍경을 만끽하고 맑은 가을 하늘과 서늘한 나무그늘 아래, 산길을 걸을 때 나누는 소소한 일상 대화들

한바퀴 돌려면 사전 체력단련 필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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