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17

승학산에서 일몰을 본 뒤 어두운 산길을 걷다

 며칠 전부터 일몰 영상을 찍으러 가고자 했는데, 오늘 시간을 내어 출발했다.

준비하는데 시간이 걸려 늦게 출발했는데, 직행버스를 타고 갔더니 생각보다 빨리 도착해서 4시 30분쯤 책탑을 통과했다.

해 지는 시간이 5시 30분이라 여유는 없어 빠르게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학군단 뒤쪽을 지날 때 뒤에서 또래쯤으로 보이는 등산객이 지나쳐 올랐다.

추워지는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정상에 도착하니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커플이 앉아서 뭔가를 먹고 있는데, 느낌으로 김밥인 것 같았다.

일몰 시간이 멀지 않아 흐르고 있는 땀을 닦을 새도 없이 삼각대와 DSLR을 설치하고 나서야 겨우 밴드에 인증 사진을 올렸다.

일몰은 전혀 인상적이지도 않고 그냥 지리했다.

단단히 준비해간 덕분에 16분 정도 영상을 찍는 동안 바람부는 정상에서 버틸 수 있었고, 해는 떨어졌지만 아직 여운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곱은 손으로 장비를 챙겨 배낭에 넣고 구덕꽃마을쪽으로 걸었다.

덜 어두워 손전등을 켤 정도는 아니어서 조금은 빠른 걸음으로 걸어 갔다.

데크로 된 계단을 내려와 역새밭 초입을 들어서는데, 바로 오른쪽 옆 나무울타리 건너 억새 사이에서 '푸드득' 하는 소리가 갑작스럽게 들렸다.

순간 머리털이 곤두 서고, 머리가죽이 딱딱해질만큼 쭈뼉했다.

어두운 산길을 걷다 보면 한 번씩은 겪게 되는데, 오랜만에 꽤 오래동안 지속되는 쭈뼜함이었다.

억새 사이 작은 새들이 자려다 인기척에 놀란 것 같았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계속 걸어 억새밭을 지나고 깔딱 고개 아래에서부터는 임도로 구덕산 아래로 이동하고 콘크리트 포장길을 걸어 내려가 구덕꽃마을에 도착했다.

가게 문은 대부분 닫겼고, 부부 두 사람이 택시를 타려고 바쁘고 걸어왔다.

처음 계획은 내원정사쪽으로 엄광산을 오른쪽으로 돌아 수정산 임도를 통해 가려고 했는데, 보다 산길이 적은 왼쪽으로 돌아 동서대 뒤쪽 동의대로 가는 임도를 따라 가기로 했다.

이쪽으로는 야간산행을 해 본적이 없다.

구덕꽃마을을 지나는 동안은 손전등이 필요없었고, 엄광산 위로 올라가는 길과 동서대쪽으로 가는 갈림길에서부터 손전등을 켜고 걸어갔다.

여러 번 다녀 얼마쯤 가야하고, 어디쯤인지는 어두워도 알 수 있었다.

내원정사쪽으로 가는 것보다 휠씬 짧은 숲길을 임도에 다달았고, 임도에서는 손전등을 켜지 않고도 걸어갈 정도로 달빛이 밝았다.

서둘러 걸어 동의대 뒤쪽 수정산 임도 시작하는 곳까지 걸었고 좀 더 지나 체육공원에 도착해 바지자락과 등산화에 묻은 먼지를 떨어냈다.

이때까지 등산을 할 때마다 아침 일찍이든 밤이든 반대 방향을 향하는 등산객을 만났었는데, 승학산 정상에서부터 체육공원까지 오는 동안 한 번도 등산객을 만나지 않았다.

점점 쌀쌀해 진다고 예보를 들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춥지는 않았고 어두운 밤길을 걷는 것은 모험을 하는 용사가 된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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