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 - 위키백과
“우리는 아무리 강해도 약합니다. 두렵지 않기 때문에…나서지 않는 게 아닙니다. 두렵지만 나서야 하기 때문에 나서는 것입니다. 그것이 참된 용기입니다. 참된 용기를 가진다는 것과 참된 용기를 왜 가지게 됐는지는 정치인한테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 같은 초선 비례의원에게는 ‘내가 이 자리에 서야 되는지’ 혹은 ‘내가 용기를 더 내야하는지’ 항상적인 질문을 합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20대 때 간절한 것 이상으로 간절하다는 사실입니다.
더 이상 청년들이 누구를 밟거나 누구에게 밟힌 경험만으로 20대를 살아가지 않기를 원합니다.
‘청년’을 넣고 네이버 검색을 하면 (연관)검색어 1위가 ‘알바’일거라고 추정했는데 ‘글자 수 세기’였습니다. 20대 청년한테 이 이야기하면 다 웃습니다. 회사에 지원하는데 1000자 이내로 쓰라고 해서 글자 수 세기 프로그램을 돌립니다. 청년하면 떠오르는 게 젊음도 아니고, 정열도 아니고, 축제도 아니고, 사랑도 아니고, 욕망도 아니고… 그런 모습으로 살게 해서는 안됩니다.
특히 자기 인권과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사람은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를 뿐만 아니라 타인의 권리를 보장하기도 어렵습니다. 우리의 미래가 그렇게 돼서는 안됩니다. 왜?
저도 대한민국을 바꾸는 흐름을 해봤습니다. 저 역시 젊은 시절에 대한민국을 바꾸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제가 나이가 들면 우리 아이들이 저보다 훨씬 더 찬란한 세상을 향해 날아갈 거라고 믿었습니다. 제가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때 봤던 것은 전경으로 대표되는 독재였는데… 그리고 2학년이 되면서 들려온 소문은 누가 죽었다더라, 누가 강간을 당했다더라, 이런 거였는데 그것을 넘어서 그런 경험을 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가 열릴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1987년 (민주화항쟁) 20주년 기념식에 있었던 2007년, 그때 세종문화회관에서 기념식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건너편에서 비정규 노동자하고 모임을 갖고 있었어요. 기념식 현수막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기 지금 나하고 같이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힘든 분들에게 도대체 1987년은 어떤 의미일까. 그 친구의 어머니 아버지가 거기 있을 수도 있고, 그분들이 거기 있었을 수도 있는데. 이제 끝나가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제서야 참으로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나는 세상이 민주화되는데 기여했고 할 만큼 했노라 했는데 그렇지 않구나. 그 민주화된 세상에서 누구는 비정규직으로 살고 누구는 청년 실업자로 살고, 누구는 자살해야 하고. 그래서 세상을 바꿔야 되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테러방지법을 이야기하면서 왜 이런 이야기를 드리냐하면,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밥 이상의 것을 배려해야하는 것이 사람입니다. 헌법이 그래서 있습니다. 헌법에 일자리, 노동, 복지 제공한다, 또 그 이상의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불가침의 인권, 행복할 권리가 있겠습니까. 어떤 사람도 탄압받아서는 안 되고, (눈물로 잠시 말을 잇지 못함) 아휴. 제가 좀 지쳤나봐요.
누가 그래요. ‘대테러방지법 돼 뭐, 사람들이 밥은 먹고 살겠지.’ 다시 말씀드리지만, 헌법에 보장된 시민·주인으로서의 국민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닙니다. 언론의 자유를 누려야 하고, 표현의 자유를 누려야 하며, 어떤 억압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의 운명을 자기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것을 못하게, 할 수 있는 법이라고, 그런 의혹이 있는 법이라고, 그렇게 누차 얘기를 하고 있는데, 끊임없이 주장을 하는데, 제발 다른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하면 부정하지 않겠다, 내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다른 방향이 있다, 그러니 나와 박근혜 대통령이 다름을 인정하거나 여당과 야당이 다름을 인정하고 제발 이야기를 해보자, 어떻게 하면 사람이 사람답게 단 한명도 인권을 훼손당하지 않으면서 자기 운명을, 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는지. 그렇게 2012년 이후에 박근혜 정부에게 요구했다고 생각합니다. 대테러방지법을 비롯해서 다른 법에 대해서.
박근혜 대통령은 유능하고 저는 무능한 탓에 항상 발목을 잡는 것처럼 소개가 되지요.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못합니다. 저의 주인이신 국민이 살아가야 되니깐요. 그분들은 포기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저는 돌아설 수 있는 자리가 있는 사람일지 모르지만, 그분들은 그런 자리가 없습니다. 헬조선을 외치는 청년들은 도망치는 거 외에는 둥지가 없는 사람입니다. 정치도, 정치를 하는 사람도 자기 둥지를 부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도 자기 둥지를 부수고 같이 하려는 노력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제가 이렇게 좀 버틴 게 당에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저로서는 최선을 다했고요. 제발 다시 한 번 부탁 드립니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을 믿습니다. 이 법이 통과되어도 언젠가는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또 누군가, 고통을 당해야할지도 모릅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덜 고통받는 방법을 제발 정부·여당 조 찾읍시다.
이것은 저는, 사람을 위하는 것은, 약자를 위한 정치는... 여당도 야당도 없고 보수도 진보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직 국민을 위해서 생각하고요. 박근혜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생각하는 국민과 제가 현장에서 직접 뵙는 국민이 다르다, 이렇게 다른데, 어떻게 하면 같이 살까. 이 생각 좀 합시다. 피를 토한다든가, 목덜미를 문다드가, 이런 날선 표현들 말고 어떻게 하면 화해하고 사랑하고 함께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응원하고 격려할 수 있는지, 힘내게 할 수 있는지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저의 필리버스터를 끝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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