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09

아쉬운 이별

오호, 통재라, 오호, 애재라!

오늘 느닷없이 수년을 함께 한 이를 잃고야 말았다.
Y에서도, 동구에서도 함께 했고, 해운대나 송도는 말할 나위 없이, 거제와 통영, 매물도에서도 함께 한 이였다.
언제나 묵묵히 들이치는 물을 막아 주던, 참 좋은 귀마개였다.



다 내 탓이다.
조금 일찍 하루를 시작하겠다고 굳이 먼 길을 달려 사직에 오고, 중간 체조 하기 전에 하루 할당량을 채우겠다고 무리해서 몇 바퀴를 돌아 마침내 다 돌았을 땐 숨이 가빠 귀마개와 수경을 거칠게 벗어 한쪽 귀마개가 없어진 것을 한참 뒤에나 알아차릴 정도였다.

하필 하늘색이라, 그리고 세월이 오래되어 그 색마저 탈색되어 눈에 잘 띄지 않아 울먹이며 몇 분을 찾아 봐도 눈에 띄지 않는다.
야속한 시간은 빨리 흘러 중간 체조 시간을 알리는 슬픈 새소리가 스피커에 흘러 나오고 연이어 오래동안 함께 한 이를 잃어 슬픈 외래인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는 경쾌한 음악과 구령이 흘러 나와 더 이상 찾고 있을 수도 없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이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되뇌이며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입장할 때 전과 달리 얇아진 입장권에 불안함을 느꼈지만 이별의 경고를 애써 무시한 내 잘못이다.



어차피 9시면 문을 열 동구를 기다리지 못하고, 7시 체조 뒤에도 나머지 할당량을 채울 수 있는데 기다리지 못한 조급함도 모두 내 잘못이다.

잘 가시라 그대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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