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해안선 투어를 다녀왔다.
2024년 7월 17일부터 23일까지 6박 7일 일정이었다.
작년엔 부산에서 포항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돌았고, 첫 3일은 평일이었지만 나머지는 추석 연휴여서 도로에 차들이 많아지고, 미리 준비한 지도 GPX 파일이 상세하지 않아서 동해안쪽처럼 최대한 소로가 아니 국도가 많이 포함되어 더더욱 힘들었다.
그래서 서해안 아래쪽과 남해안은 빠르게 지나치거나 건너 뛴 곳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엔 부산에서 거제로 시계 방향으로 돌고, 미리 GPX 파일을 상세하게 만들어서 최대한 차가 많지 않은, 작은 길로 다니려고 준비를 했다.
녹색은 원래 계획한 코스이고, 빨강은 실제 다니 코스다.
계획한 코스는 3,424km으로 최대한 바닷가 근처로 돌아가도록 만들었다.
실제 다닌 코스는 2,848km으로 지난해 가지 못한 거제와 통영쪽 바닷가를 충실히 돌아 봤고,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고흥 외나르도는 건너 뛰었다. 올해도 진도를 건너 뛰고, 일요일에 수도권을 벗어나고, 저렴한 숙소를 찾기 위해 서산, 태안, 당진도 넘어 갔다.
강화도에서 인천을 거쳐 파주 DMZ 공원으로 가는 길은 GPS 기록이 튀어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다.
양구쪽 길은 비 때문에 산사태가 나서 도로가 폐쇄되어 원래 계획했던 길로 갈 수 없었다.
슈퍼커브 계기판 기준으로 출발은 10,778km이었다.
도착한 계기판은 13,486km이다.
계기판 상으로 이동 거리는 2,708km이다.
이번에 특별히 준비한 것은 3L짜리 보조 기름통이다.
슈퍼커브는 4.2L 연료통이고, 한번에 보통 3L 정도 주유하는데, 리터당 60km 정도를 탄다.
근교를 다닐 땐 상관없었지만 멀리 돌아갈 땐 한 번 주유에 180km 정도 거리는 자주 주유소에 들러야 하고 불안하다.
그래서 500ml 보조 연료통을 구입해서 가져 갔었다.
보조 연료통은 한 번도 쓰지 않았고, 넣은 기름은 돌아 오는 길 송도해수욕장에서 기름통에 넣었다.
그런데 철원 고석정 근처 주유소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었다.
주유원이 주유하는 주유소였는데, 남편이 사장이고 주유를 하는데, 오토바이가 적은 량을 주유하고, 카드로 결제한다고 옆에 있는 아내가 싫은 소리를 했다.
한 소리 할까 했는데, 남편이 아내를 말렸고, 이야기 해 봐야 아무 의미 없다 싶어서 그만 뒀다.
그래서 올해는 3L 보조 연료통을 구입하고, Self 주유소에서만 주유하기로 생각했고, 그렇게 했다.
그리고 전에는 주유할 때 3L로 딱 맞춰 넣었는데, 구독 중인 채널에서 소개하는 방법대로 최대 넣을 수 있는 금액보다 좀 더 많은 금액으로 지정해서 최대한 가득 주유하고 끝내면 알아서 앞에 결제한 것은 취소되고 넣은 만큼 결제되는 방법을 썼다.
약 300km 정도를 갈 수 있어서 하루에 한 번만 주유하면 충분해서 편했다.
보조 연료통은 늦게 구입하기로 마음 먹어서 Aliexpress에서 주문하지 않고 쿠팡에서 주문했다.
연료통을 고정하는 고리가 같이 왔는데, 슈퍼커브에는 설치할 곳이 없어 앞 바구니에 넣어 다녔는데, 오히려 편했다.
연비를 계산하려면 출발하기 전 넣은 기름양과 도착한 뒤 남은 기름양을 확인해야 하는데, 이건 알 수 없어서 출발 후부터 도착 전 넣은 기름양으로만 계산을 한다.
7-17 6.52L 고성탑주유소
7-18 5.3L 풍경주유소
7-19 5.7L 대진주유소
7-20 5.92L 합동셀프주유소
7-20 5.85L 에이비방조제주유소
7-21 3.62L SK행복가득주유소
7-22 5.79L 배꼽에너지셀프주유소
7-22 3.45L 강현농협주유소
7-23 2.95L 양남농협주유소
총 9회, 총 주유량 45.1L
계기판 기준인 2,708km으로 계산하면 연비는 60.04km/L 이다.
7월 14일(일) 아침 일찍 출발하려고 했는데, 장마비가 내렸다. 일요일 아침이 대도시를 벗어나기 가장 좋은 날과 시간이다. 토요일보다 일요일이 숙소를 구하기도 쉽고 가격도 저렴하다.
그래서 14일을 출발일로 정했는데 비가 내리니 어쩔 수 없이 출발을 미뤘다.
16일에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17일에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해서 출발하기로 결정했다.
전날 짐을 싸는데, 로부 방수백 66L와 30L쯤 되는 백팩으로 다 싸졌다.
작년에는 여기에 로부 방수백 40L를 하나 더 가져갔었다.
역시 경험이 쌓이니 짐 선택하고 싸는 실력이 늘었나 보다.
캠핑 장비를 다 챙겼는데, 올해는 한번도 캠핑을 하진 않았다.
2024-07-17(수) 1일차 부산-통영 405.35km 06:23~18:33
평소 일어나는 시간에 맞춰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수영장 앞에 가서 인사하고 출발하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예상보다 시간이 휠씬 많이 걸렸다.
6시 20분이 넘어서야 겨우 준비가 끝나고 출발할 수 있었다.
밴드에 간단히 출발한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
동부산이나 북부산, 김해쪽으로는 자주 다녀서 익숙한데, 서부산은 몇 번 다니지 않았다. 부산신항에 화물차들이 많이 다니고, 그래서 인지 도로도 험난해서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차들이 많이 다니는 길을 피해 작은 길을 다니려고 준비했다. 작년에도 준비했었는데, 남해안과 서해안쪽은 준비가 부족했었다.
네비게이션으로 길안내를 받으면 큰 길만 알려준다. 그래서 직접 만든 지도를 따라 나의 길, 나만의 길을 간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을 지나는데,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뒷길을 찾다 보니 길진 않지만 비포장 길을 지나게 되었다.
전날까지 비가 많이 내려 물웅덩이가 있었는데, 여길 지나다 하마터면 넘어질뻔 했다. 흙탕물로 바닥이 보이지 않았는데, 돌덩이를 밟고 핸들을 꽉 잡다 보니 스로틀이 당겨졌다.
워낙 짧은 거리여서 넘어지지는 않고 무사히 넘겼지만 헬멧에까지 물이 튀었다.
넘어졌다면 바로 집으로 돌아가야 할 뻔 했다.
이 경험은 나중에 도움이 되었다.
지난번엔 거제도를 통과해서 이번에 꼼꼼하게 돌아볼 수 있게 지도를 준비했다.
거제시 하청면 작은 마을 길을 가는데, 네비게이션을 보는 용도로 사용하는 보조 폰이 갑자기 도로 바닥에 떨어졌다.
알고 보니 폰 거치대의 고정 레버가 풀려있었다. 진동 때문인지 폰을 꽂을 때 제대로 잠그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후부터는 다니는 중간 중간 손으로 만져서 확인해서 폰이 떨어지는 경우는 다신 없었다.
이것도 도움이 된 경험이었다.
다행히 폰은 보호 필름이 찍히기만 했고, 문제없어서 잘 썼다.
거제도를 한참 돌아보는데, 지도를 준비할 때는 보지 못한 멋진 다리를 봤다. 거제도의 주변 섬을 다 돌아보기로 지도에 표시를 해 두었는데, 이 다리는 제외되어 있었다.
숙소는 통영 브룩스 호텔이었다.
가져간 오토바이 덮개를 씌어 두어서 비를 맞지 않았다.
2024-07-18(목) 2일차 - 여수 430.07km 06:08~17:56
통영 안쪽을 둘러 보니 펜션이 엄청 많았다. 좀 경치가 좋아 보인다 싶은 곳엔 다 펜션들이 건축되어 있었다. 아마도 원주민보다 외지에서 구입해 장사하는 사람들이 더 많겠다고 생각했다.
오토바이 핸들에 크로스바를 설치해서 폰 거치대와 USB 충전기를 설치해서 다녔다.
광양에서 여수로 오는 길에 짜증나는 운전자를 만났는데, 교차로 근처에서 브레이크에 발을 올려두고 운전하는 사람이었다.
얼마전 대법원의 판결로 황색불에 진입하면 안된다고 우스개 소리처럼 이야기한 것을 실천하는 사람인 듯 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광양에서 여수로 오는 길을 기록하는 GPX가 튀어서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다.
2024-07-19(금) 3일차 - 목포 357.08km 06:28~17:58
출발할 때는 맑았다.
전남 여수시 소호동
전남 보성군 회천면에서 비가 엄청나게 많이 쏟아져서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비를 피했다.
이런 버스정류장이 곳곳에 있어서 잠시 쉬어가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버스는 거의 보지 못해서 대중교통이 엄청 불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골에 있으면 대중교통으로 다니기 너무 힘들다.
여기 멈춰 SNS를 확인하니 한동안 보이지 않던 지인이 보였고 이야기 하며 전국일주 인증 사진을 올렸었다.
비가 너무 내려 네비게이션용으로 쓰던 폰은 비옷 안에 넣고, 헬멧 위 액션캠도 방수커버에 넣어 쓰다보니 배터리가 금방 닳아 영상을 모두 찍지는 못했다.
네비게이션이 없을 때는 도로표지만의 도로 번호를 보고 따라 다녔다. 다행히 길이 많지 않으니 갈림길에 꼭 도로 번호를 표시해서 구분해 놓아서 따라갈 수 있었다.
도시에 들어가면 도로 번호를 따로 표시하지 않기 때문에 길을 헤매야 했다.
비가 너무 와서 고흥은 건너 뛰기로 했다.
외나로도 우주센터에 다시 가 보고 싶었었는데, 길을 재촉할 수 밖에 없었다.
강진을 지나 고금도에서 잠시 멈췄는데, 오토바이 번호판을 고정하는 나사 두 개 중 봉인 나사가 없어진 것을 봤다. 그 전엔 따로 신경 써서 보지 않아서 언제부터 없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아마도 단기통 오토바이의 진동 때문에 없어졌을 것이라 예상했다.
마침 완도로 넘어 가는 다리 바로 앞이었는데, 완도읍사무소가 멀지 않아서 봉인 나사를 받으러 갔다.
점심 시간이 멀지 않았는데, 담당자는 업무 내용을 잘 모르는 신입인 듯 했다.
번호판 업무를 담당하는 금호카센터가 가라고 해서 갔더니 서류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시 읍사무소로 와서 인터넷에 검색한 서식을 보여줬다. 11시 40분을 넘는 시간이라서 점심 식사 하러 간다고 바빴다. 다행히 점심 전에 서류를 받아 다시 금호카센터에 왔더니 사장이 없다. 아까 봤을 때 사장은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고 있었는데, 식사하러 집으로 갔다고 한다.
후배를 보내겠다고 해서 좀 기다리니 밥을 먹다 온 것인지 입맛을 다시는 양복쟁이가 왔다.
봉인 나사를 끼워주고 5,000원 받았다.
기분이 좀 나빴는데, 비용이 5,000원이라고 가격을 부를 때 눈치를 살짝 보는 것이었다. 봉인 나사 가격은 1,000~2,000원쯤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또 봉인 나사를 끼울 때 봉인 나와 봉투에 들어 있는 와셔도 붙여 달라고 했는데, 끼우지 않고 그냥 봉인 나사만 설치했다. 봉인 나사말고 다른 나사가 흔들려 와셔를 끼웠더니 괜찮아서 일부러 이야기한 것인데, 마치 고생해 봐라는 듯이 무시한 것으로 보였다.
점심을 먹다 와서 장착까지 해 준 값이라 이해하고 따로 언급하지 않고 나왔다.
할리를 타는 지인 소개로 할리 온라인 매장에서 구입한 신발은 작년에 비가 새지 않아서 좋아했는데, 비가 새지 않았던 이유를 올해 알게 됐다.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이 햇빛이 쨍한 나무 데크에 신발과 양말을 벗어 맨 발로 있으니 살만 했다.
완전히 마를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서 다시 출발했다.
목포에 도착하니 시간도 일찍고 비도 내리지 않아 조금 둘러 보기로 했다.
숙소가 꽤 큰 호텔이어서 주차장 공간이 여유 있어 나름 오토바이 정비를 하려고 했는데, 따로 손댈 건 없었다.
목포를 남해안의 끝으로 나름 생각하고 있어 여정의 1/4을 마쳤다.
처음 출발할 때는 뽀송뽀송 맑았다.
전남 영광군 염산면을 지나는데 비가 엄청 많이 쏟아졌다.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내려서 버스정류장 앞에 멈춰 비옷을 입는데, 바로 도로에 도랑이 생기며 물길이 생겼다.
한참 비가 잦아 들기를 기다렸는데, 비는 그치지 않고 버스정류장의 산모기(일명 아디다스 모기)가 괴롭혔다.
비가 다 그치길 기다릴 수는 없었고, 조금 잦아들었을 때 다시 출발했다.
이후로 액션캠과 네비게이션을 볼 수 없어서 도로 이정표만 보고 다녔다.
길 따라 달리기만 하다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떠 올랐는데 그 중 하나는 해안 모습이 다 비슷하고, 아직까지는 다시 와서 봐야겠다는 풍경은 없었다는 것이다.
남해나 서해안보다는 동해안이 더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여행은 사람과 어울리는 여행은 아니다. 그렇다고 풍경을 보거나 명승지를 둘러 보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무슨 여행일까?
지도에 해안선을 따라 GPX 선긋는 여행, 또는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오랫동안 다니는 여행이다라고 생각했다.
다음번엔 다른 형식의 여행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7시 58분쯤 여전히 전남 영광군 염산면을 지나는데, 저 멀리 풍력발전기가 논밭 사이에 서 있었다. 비는 내리고 안개가 낀 아침 풍경에 여럿 서 있는 모습은 마치 평원에서 돈키호테가 로시난테를 타고 괴물인 줄 알고 달려간 풍차 같았다.
그렇다면 로시난테를 타고 달려간 돈키호테는 나인가!
작년에는 가지 못했던 백수해안도로를 비 맞으며 아무도 없이 혼자 지나는데, 멋진 조형물을 만났다.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들러 인증 사진을 찍었다.
올해 특별히 준비한 것 중 하나인 헬멧에 설치하는 안티 포그 필름이 있어 김서리지 않아서 특히 비가 많이 내린 이번에 다니기 좋았다.
작년엔 앞이 보이지 않아서 거의 열어 두고 다녀야 했었다.
구시포해수욕장의 노을 캠핑장에 들렀다.
비가 오고 8시 54분쯤이어서 오가는 사람은 없었다.
지나갈 때 어떻게 하나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냥 지나칠 수 있어서 한편으로 다행이었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사이 군산 초원사진관에 도착했다.
이땐 비가 그치고 햇빛은 쨍 했는데, 난 아직 비옷을 입고 있었다.
근처 다이소에서 손톱깍기를 사서 아레부터 괴롭던 손톱 거스러미를 해결했다.
충남 서천국 서면 선도리갯벌체험장에 멈춰 정비를 했다.
더이상 비가 오지 않는 것 같아 비옷을 벗고, 물에 젖은 워커에 푹 불어진 발을 꺼내 말렸다. 양말도 같이 물을 짜고 말려서 좀 쉬었더니 휠씬 나았다.
2시쯤 대천해수욕장에 도착했다.
구지 대천해수욕장에 들른 이유는 응답하라 1988 때문이다. 아무리 해안선 투어라고 해도 해안선을 꽃인 해수욕장을 너무 대우하지 않았다.
토요일이고 해수욕장 개장 중이어서 사람들과 차들이 많았다. 그리고 머리 위에 비행기가 낮게 여러 번 날아다녀 소음이 심했다.
처음엔 근처에 평택이 있어 미군이 훈련중인가 보다 생각해서 여기 너무 살기 어렵다고 걱정했었는데, 알고 보니 블랙이글 시범 중이었다.
눈으로는 봤지만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진 못하고 늦기 전에 빠르게 출발했다.
출발할 때부터 걱정이 있었는데, 수도권을 어떻게 통과할까 였다.
작년 철원에서 출발해서 연천, 파주, 인천으로 지날 때 너무너무 힘들었었다. 출근 시간에 큰 트럭과 함께 국도를 달리는 일이 위험하기도 하고 몸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따로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여기까지 도착한 요일이 토요일이라 가장 차가 적을 일요일에 수도권을 벗어나 북쪽으로 가면 되겠다는 것이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태안 반도로 가서 만리포, 천리포쯤에서 숙박을 해야 할텐데 다음날 좀 더 멀리 움직이기 위해 서산, 당진, 예산쯤에 숙소를 구하고, 그러기 위해 빠르게 이동해야겠다고 정했다.
앱으로 숙소를 찾다 보니 아산에 저렴한 숙소가 있어 생각지도 못하게 내륙으로 많이 들어왔다.
숙소는 아산의 온양 온천 근처의 무인텔이었다.
작년 경남 고성의 무인텔에 가서 한 번 나오면 어떻게 들어갈지 몰라 점심, 저녁도 먹지 않은 상태에서 커피 믹스로 밤을 센 경험이 있었는데, 이번엔 관계인을 직접 보기도 하고 날 밝은 시간에 도착해서 사용법도 익혀 근처 농협 하나로 마트에서 먹을 것을 구입해 왔다.
2024-07-21(일) 5일차 - 춘천 436.23km 05:59~18:17
젖은 신발과 양말, 옷을 말리고 서둘러 준비해서 출발했다.
인천쪽으로 가는 길 어딘지는 정확하지 않은데 평택시에서 화성시로 넘어가는 길 원형 교차로에 MTB를 탄 아저씨가 넘어져 있는 것을 봤다.
앞서 가던 차들은 비켜 지나가고 난 멈춰 일어나도록 도왔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전거에 다리가 깔려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나 보다.
본인 이야기로는 아침 일찍 운동하려고 나왔다가 괜히 넘어졌다고 한다.
세태가 괜히 잘못도 없이 덤탱이 쓰는 경우가 있어 차량들은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나도 헬멧 위 액션캠이 켜져 있는지 확인했다. ^^
다행히 아무 이상 없이 일어나 길 옆으로 옮기고 앉아 물 한모금 마시는 것을 보고 난 길을 떠났다.
궁평항을 네이게이션의 목적지로 잡아서 해안 안쪽에 도착했다.
이왕에 온 김에 사진도 찍고 잠시 멈췄다 갔다.
시화방조제를 넘어 시흥으로 들어가는데 갑자기 비가 다시 내려 길가에 차를 대고 우비를 입었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올해도 제비표 우비의 도움을 아주 많이 받았다.
편도 4~5차선쯤 되는 도로를 타고 인천으로 넘어가는데, 비가 너무 많이 오고 갑자기 내린 비 때문에 도로에 물이 고여 차가 다닐 때마다 물이 사방으로 튀어 도저히 계속 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길 바로 옆에 자전거와 보행자가 다니는 길이 있어서 멈춰 처마가 있는 곳에 멈추고 비가 좀 그치길 기다렸다.
비가 잦아들기는 했지만 네비게이션용으로 쓰는 폰을 거치대에 끼우고 다닐 수는 없는 정도여서 표시판을 보고 대강 움직이기로 하고 인천 시내를 돌았다.
한참 길을 헤매다가 물먹은 네비게시션용 폰 대신 사용하는 폰을 끼워 강화도로 빠르게 이동했다.
강화도쯤 갔을 땐 비가 그치고 햇빛이 쨍쨍해서 길가에 놀러 나온 차와 바이크가 늘었다.
그래서 또 걱정이 되었다.강화도는 들어오는 길과 나가는 길이 딱 정해져 있어 차가 몰리면 꼼짝 달싹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휴일인 오늘 수도권을 벗어날 계획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마음이 바빴다.
교동도까지 빠르게 이동하고 파주로 넘어갈 요량으로 만들어둔 GPX 지도 대신 네비게이션 앱을 띄우고 빠르게 이동했다.
교동도로 진입할 때는 검문이 있었다.
12시 조금 넘어서 교동도에서 강화도로, 파주 DMZ 평화공원을 목적지로 찍고 출발하는데, 들어오는 차들도 많았지만 벌써 나가는 도로에도 차들이 북적였다.
GPX 지도를 따라서는 절대 갈 수 없는 길, 도심의 길, 지하도로를 따라 가다 일산대교를 넘었다.
일산대교는 차량으로 넘으면 통행료를 내고 오토바이는 무료로 통과한다. 그래서 했다.
빠르게 DMX 평화공원에 도착하니 여기도 차들로 주차장이 북적였다.
오토바이도 주차비 2,000원을 받는다고 카드 결제했는데, 나중에 보니 결제 내역이 보이지 않았다.
네비게이션용으로 쓰고 있는 폰도 비에 젖어 문제가 생겼고, 차들도 많고, 또 비 예보가 있고 해서 빠르게 동해안쪽으로 가기로 계획을 세웠다.
나중에 보니 인천에서 파주까지 오는 길의 GPX 기록이 없었었다.
빠르게 이동하는 중 노동당사에 들리기로 해서 국도에서 빠져나왔다.
작년에 안가본 곳인가 했더니 가 봤던 곳이었다.
공사 중이라 앞에 현수막으로 가려져 있다.
가다가 검색해 보니 춘천에 저렴한 숙소가 있어 좀 더 갈 수는 있었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멈추기로 했다.
숙소에 짐을 치워 두고 저녁은 춘천 막국수를 먹었다.
이동 중 수피령 정상 인근에서 멈췄다가 다시 출발하려고 도로로 나오다 우꿍 했다.
재정비려고 공터에 멈춰 정리 후 나오는데 난 우회전이었고, 고개 아래에서 올라오는 차량을 보고 멈추다 우측으로 넘어지길래 발로 버텼는데, 아무래도 뒤에 짐까지 실려 있어 무거웠고 넘어졌다.
무거운 뒷가방이 받쳐줘서 상처는 없고 지난번 머플러 가드에 긁힌 곳에 상처가 더해진 정도였고, 그 외는 문제없었다.
그렇지만 아무런 조치없이 그냥 가 버린 그 차량은 좀 원망스럽다.
물론 멈춰 괜찮나고 했어도 그냥 넘어갔겠지만, 괘씸하긴 했다. 넘어지는 모습을 분명이 봤을텐데 말이다. 어느 정도 이해하는 부분도 있긴 하다. 나중에 숙소에서 영상을 확인해 보니 그 장면이 찍혀 있었다.
네비게이션용으로 쓰던 폰은 충전이 되지 않았는데, 숙소에서 확인하니 다행히 별 다른 문제는 없이 충전이 잘 되었다.
2024-07-22(월) 6일차 - 울진군 북면(덕구온천 가는 길) 398.25km 07:16~18:53
원래 일어나던 시간에 일어났는데 비가 내리고 있어 출발을 미루고 있다가 비가 좀 적게 내려 7시 넘어 출발했다.
전에도 가 봤던 소양강 댐에 들렀다.
이른 시간이어서 관광객은 없었고, 관광 안내를 하는 영감님들 몇몇이 신기한 듯 쳐다 보고 있었다.
비가 계속 내려서 비에 젖기 때문에 네비게이션용 폰을 볼 수 없고, 도로 표지판을 보고 계속 따라 갔다.
회전 교차로를 지나는데 비 때문에 길이 폐쇄된 곳이 있었는데, 전날 저녁 뉴스에서 봤었던 길이었나 보다.
내가 가는 길은 다른 길인가 해서 한참을 올라갔는데, 길도 잘 닦여 있고 산속으로 난 한적한 길이어서 참 좋다고 생각하며 올라갔었다.
갑자기 검문 초소가 나타났다. 알고보니 민통선 초소였고, 8시 반쯤 된 시간이었는데, 초소에는 병들 여럿과 여군 하사관이 당황해 하면 있었다. 아침 식사 시간은 아니고 뭔가를 먹고 있었던 것 같다.
'이쪽으로 가서 고성으로 간다'고 하니 황당해 했다.
알고 보니 아까 폐쇄된 도로로 갔어야 했는데, 다른 길인줄 알고 지나쳐 온 것이었다.
네비게이션 없이 다니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었다.
밑으로 내려와서 다시 회전교차로에 도착했는데, 보니 길을 완전히 폐쇄한 것은 아닌 것 같아 그 길로 100미터쯤 가다 돌아왔다.
괜히 비가 많이 내려 산사태가 날 가능성이 있어, 혹은 산사태가 나서 막은 길을 따라 가는 것이 무모하다고 생각하고, 시간을 걸리더라도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폰을 한 번씩 꺼내서 가는 길이 맞는지 확인하며 작은 도로를 따라 내려와서 국도 31번을 따라 움직였다.
진부령 고개를 지났다.
이곳은 백두대간 80령의 시작 지점이다.
명파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이제 동해안을 따라 내려가면 된다.
비는 오라가락 했는데, 속초쯤 도착해서 재정비하며 우비를 벗었다.
강원도의 '강'인 강릉에 도착해서 경포대해수욕장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작년에는 잠시 멈춰 사진을 찍은 곳을 직원들이 막고 있었다.
길 건너편에 잠시 정차를 하는데, 공익요원 같아 보이는 직원이 한 명 길 건너 와서 배달 왔냐고 물어봐서 '전국일주 중이다', '사진 한 장 찍고 가겠다'고 하니 관심을 보였다.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했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이야기였다.
셀카를 몇 장 찍기는 했는데 누구에게 부탁해서 사진을 찍는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었다.
이야기 하는 사이 다른 나이 많은 직원 둘도 길 건너 와서 이야기를 좀 나눴다.
'멋지다', '굉장하다', '수고한다' 등등의 이야기였다.
인사하고 다시 출발했다.
가능하다면 구산해수욕장까지 가서 캠핑을 할까 싶었다.
정동진에 도착해서 멈춰 체인을 확인했다.
어제부터 체인에서 소리가 계속 났었다. 체인이 늘어나서 그런가 싶어 챙겨간 스패너로 체인 텐션을 조절했다. 별 효과는 없었다.
삼척쯤의 시멘트 공장을 지나 좀 더 내려간 길가에 자전거를 옆에 세우고 땀인지 물인지를 흘려 땅바닥 꽤 넓은 면적을 적시고 앉아 있는 50대쯤 아저씨를 봤다.
앞 차는 그냥 지나치고 난 멈춰서 뭐 도울 일이 없냐고 물었다.
물을 줄까 하니 물 있다고 하고 교동도의 하나로마트에서 사서 야금야금 먹고 있던 사탕을 줄까 했더니 하나만 달라고 했다.
여러 개를 권했더니 당이 있다고 한다.
사탕을 먹는 사이 이야기를 나눠 보니 부산에서 출장 와서 근처에서 일하고 있는데, 시간이 나서 자전거 타고 한 바퀴 돌다 너무 힘들어서 앉아 있다고 했다.
BMW R1250GS를 탄다고 한다. ^^
좀 괜찮아 보이고 괜찮다고 해서 길을 떠났다.
따로 통성명을 하지는 않았다.
서둘러 간다고 움직였지만 아무래도 구산해수욕장까지는 갈 수 없고, 또 비가 내리면 캠핑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숙소를 잡았다.
어딘지는 모르고 지도 앱을 따라 갔더니 얼마전 갔어던 덕구온천 들어가는 길의 모텔이었다.
덕구 온천에 갈 때 여기 숙박업소에는 누가 올까 했던 바로 그곳이었다.
근처 공사장에 일하는 인부들이 옆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나와 짐을 풀고 숙소로 옮기고 있는 나를 보면 관심을 보였다.
저녁은 조금 아래쪽으로 내려와서 국밥 집에서 먹었다.
쉬면서 생각했다. 이번 여행에서 '사람과 소통이 없다'라고 어제 생각했었다. 그냥 오토바이를 타고 지도에 선을 그으며 달려 가기만 하는 것 뿐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나도 사람과 소통하고 있다.
첫날 통영에서 숙소 호텔 주인과 로비에서 짧은 이야기, 여수 콩국수집 아줌마에게 콩국수를 먹고 나서 '맛 있다'고 하니 얼굴에 화색이 싹 도는 것을 보았다. 계산을 하고 나서 영수증을 보니 콩국수 집은 체인점 중 하나였다.
아산에서 제부도로 가는 길에서 회전 교차로에 자전거 타고 넘어져 있던 70대로 보이는 아저씨, 이른 아침, 6시 몇 분쯤 운동한다고 나와 한눈 팔다 넘어졌다고 했던, 일어나도록 자전거를 치우고 도왔었다.
경포해수욕장 입구 오토바이를 멈추니 안전요원이 여기 말고 바로 옆으로 옮기라고 해서 사진 한 장만 찍고 가려고 한다고 이야기 해서 전국일주 중임을 이야기하게 됐고, 그러니 아들 뻘쯤이었던 안전요원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나보다 조금 연배가 있어 보이는 관계자도 와서 같이 이야기릉 나누었고, 안전요원이 사진을 찍어 준다고 해서 내 모습이 제대로 나오는 사진을 얻었던 일.
삼척을 지나는쯤 길가에 자전거를 잡고 앉아 있는 아저씨를 보고, 엉거주춤 오리걸음 자세로 앉아 있어 멈추고 뭐 도울 것이 없냐 해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부산사람인데 근처 출장 나와 운동한다고 나왔는데 펑크가 나고 걸어 오다 힘들어 멈춰 있다고 했던 일.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전부인 것은 아니지만 역시 사람과 만나고 있었다.
2024-7-23(화) 7일차 - 부산 362.94km 06:31~17:18
역시 동해안이다. 동해안은 여러 번 다녀 봐서 익숙한 길이다.
해안에 따라 바로 난 길을 달리는 기분은 남해, 서해보다 동해가 좋다.
구산해수욕장에 도착했따. 시즌 중인데도 텐트를 치는 비용은 15,000원이었다.
어제 저녁 조금만 가까웠어도 캠핑을 했을텐데, 이번에는 준비해간 텐트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비가 와서 캠핑을 못한 것이기도 했고, 해수욕장 시즌이라 해수욕장 근처로 아예 갈 수도 없 을만큼 사람들이 많아서 이기도 하다,
후포항을 지나는데 어디서 많이 보던 여객선이 보였다.
후포항에서 출발해서 울릉도로 가는 선플라워호였다.
사진을 찍고 보고 있는 사이 출항을 했다.
여기서 울릉도를 들렀다 갈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번 여행이 마무리되는 날이었고 몸이 피곤하기도 해서 제주도와 울릉도는 다음 기회에 가는 걸로 남겨뒀다.
고래불 해수욕장의 상징을 처음으로 뒤에서 그리고 멀리서 봤다.
화진해수욕장 지나 어촌 마을에서 잠시 멈춰 쉬었다.
첫날 팬티가 구겨져 라이딩 팬츠 안에 입어서 엉덩이에 물집이 생기고, 계속 다니다 보니 꽤나 아팠다. 그렇지만 달리 뭘 할 수는 없어 참고 계속 다니고 있었다.
자세 때문인지 시간 때문인지, 뒷바퀴의 쿠션감 때문인지 허리가 아팠다.
오래 라이딩 하면 오른쪽 중지 끝 손톱이 아팠는데, 며칠을 계속 다니니 손톱에 감각이 하나도 없고 마치 빠진듯 했다.
이 무리한 여행을 끝낼 때가 된 것이었다.
국도로 빠르게 호미곶을 지나고 구룡포를 지날 때 체인이 늘어나서 문제가 아니라 체인 루브를 칠하지 않아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이 났다.
적당한 곳에 멈춰서 체인 루브를 칠하니 괜찮아졌다.
작년에는 그냥 다녀도 괜찮았는데, 이번엔 더 오래 타기도 했고, 비가 많이 내려서 였나 보다. 체인 때문에 작년에 뒷 타이어 펑크 때문에 들렀던 혼다모터사이클 포항점에 갈까도 생각했었는데, 그냥 빨리 돌아가서 센터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새로운 걸 알게 되었다.
장거리 여행에서 체인 루브 칠을 잘하자!
복잡한 울산 시내를 지나 진하해수욕장에 도착하니 벌써 다 온 기분이었다.
바로 갈까 싶었지만 날씨도 맑고 준비한 GPX를 따라 해운대, 광안리해수욕장을 지났다.
너무 늦지 않게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번 전국일주를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봤다.
지도를 미리 만들어 따라간 것
도로를 다닐 때 빠르게 와서 근접하는 차들은 먼저 보낸 것
도로에 차들이 많아져 밀리지 않을 만한 시간에 다닌 것
어쩔 수 없이 차들과 어울려 다녀야만 할 땐 아예 느리게 다닌 것
밀린 차들 앞으로 보낸 이후엔 열심히 뒤 쫓아간 것
다음 여행은 차들과 함께 나란히 달릴 수 있는 바이크로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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